정말 뛰어난 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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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된 지구인의 장난감
원문 입력 2012-04-25 18:58
출처 : http://zum.com/#!/news=035201204252279128
원문 :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529932.html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레고’로 예술을 표현하는 전문 아티스트 3인방 인터뷰
레고는 80년이라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문화의 아이콘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예술영역에서는 장난감을 넘어서 미술작품의 소재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황인기(60) 작가가 레고 블록으로 <몽유도원도> 등을 재해석한 <몽유-몽유> 등이 레고 마니아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이처럼 기존의 예술가가 ‘새로운 도전’으로 레고를 사용하는 경우와 달리, 외국에서는 아예 레고 작업을 ‘업’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레고 아티스트’가 있다. 지난주 이탈리아·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레고 아티스트 3인방과 전자우편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3인방의 답변에는 무한한 창조를 향한 열정이 샘솟고 있었다!
“그 작은 블록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죠”
작은 블록으로 내 감정을 표현하다
“그 작은 블록들로 내가 상상하는 많은 것을 눈앞에 표현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제가 느끼는 감정까지도요.” 네이선 사와야(38·사진)는 레고 블록을 쌓아올려 실제 사람과 같은 크기의 3차원 블록 상을 만들어 자신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진 ‘레고 아티스트’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미국 뉴욕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법률회사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레고의 매력에 빠져 아예 레고 미국지사로 직장을 옮기기도 했다. 그 뒤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는 2007년부터 아예 작업실을 차리고 레고를 소재로 한 예술작업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제가 표현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일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겪은 일 또는 여행에서 생각했던 것, 그리고 작품마다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의 대표작 <내면의 용기>(The Courage within·아래 사진)를 보면 그렇다. “이 작품은 삶에서 겪는 변화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특히 제가 변호사에서 예술가로 직업을 바꾸면서 느꼈던 감정의 변이들을 블록으로 나타낸 것이지요.”
그가 레고에 빠지게 된 계기는 10살 때 부모님이 애완견 대신 레고를 사주면서부터다. “그때 레고 블록으로 실제 강아지와 같은 크기의 블록 강아지를 만들었어요. 그때가 ‘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경험한 첫 순간이기도 했고요. 아마 록스타가 되려고 했다면 블록으로 기타를 만들었을지도 몰라요.”
그는 현재 자신의 작품들을 모아 세 개의 순회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진작가 딘 웨스트와 함께 공동작업도 벌이고 있다.
“저희의 새로운 작품은 이번 여름께 보여드릴게요! 기대하세요.”
레고로 다시 태어난 모나리자·마릴린 먼로
레고로 부활한 명화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의 온화한 미소를 레고 피규어가 짓고 있다면? 작가가 만든 실제 예술작품이다. 이탈리아의 레고 아티스트 마르코 페체(58·사진)의 작품 중 하나다.
그가 레고로 재탄생시킨 작품은 미술책에서 봤음직한 명화들이 수두룩하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그리고 라파엘의 <성모의 결혼> 등을 레고 피규어와 블록 등으로 다시 표현한 뒤, 이를 사진으로 촬영해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사실 그는 7년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의 평범한 은행원이었다. 그런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레고 작품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언뜻 우연에 가깝다. “몇 년 전에 딸아이가 가지고 노는 레고로 함께 건물을 짓다가, 이 블록들로 예술작품을 표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뒤로 인터넷 등에 명화를 레고로 재현한 사진을 올렸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2007년부터 이탈리아 볼로냐·밀라노·제노바 등에서 10여차례 크고 작은 전시회도 연 ‘레고 예술가’가 됐다.
그는 레고 블록을 통해 “예술에 대한 관심과 인간성의 경이로움을 조합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사랑받아온 거장들의 작품을 저의 취향을 반영해 다시 표현하는 것이지요.” 아귀가 제대로 들어맞는 레고 블록이 다양한 표현을 발휘하는 데 제한이 없는 점도 그가 ‘레고 아트’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레고 피규어로 사람의 다양한 표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그는 요즘 라파엘의 <아테네 학당>을 레고로 다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림 속의 다양한 계단과 건축물을 블록으로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네요. 언제 끝마칠지 모르는 작업이지만, 건축물과 인물을 레고로 표현한 뒤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합성해 작품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블록이라는 제한된 소재로 창조해 내기 도전 불러일으켜”
일상의 물건이라면 뭐든지 재현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하는 브루스 로웰(27·사진)의 작품에 대해 사람들은 이른바 ‘레고 리얼리즘’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타코·햄버거·도넛 등 먹을 것부터 쓰레기통, 자유의 여신상처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저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만드는 게 좋아요. 페인트 롤러라든지, 자물쇠라든지,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들까지요. 그런 물건들을 보면서 ‘이걸 레고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가 레고 창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다. “원래부터 <스타워즈>의 팬이었어요. 어려서부터 듀플로나 레고를 가지고 놀면서 자라기도 했지만, 1999년에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가 나온 뒤로 저만의 작품을 만들어 인터넷 레고 커뮤니티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는 아직까지는 개인전을 열 정도는 아닌 아마추어 작가이지만,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 덕에 그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그가 2003년 고안해낸 레고 블록으로 구체를 만드는 방법은 ‘로웰 스피어’(Lowell Sphere)라고 불리며 레고 마니아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레고 블록이라는 제한된 소재를 가지고 뭔가를 창조해낸다는 것 자체가 늘 도전을 불러일으킵니다. 다만 색상을 표현하는 데는 가끔 한계를 느끼기도 하죠. 그러나 다양한 색상의 레고 블록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기 때문에 창작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그는 국내 레고 마니아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언제나 새로운 생각과 방법을 연구하면서 다양한 결과물을 얻어내세요. 그리고 언제나 재밌는 창조물을 생각하세요. 더 중요한 건, 그 생각을 다른 마니아들과 나눠야 한다는 것!”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제공 각 작가
“1958년 브릭 요즘 제품에도 딱 맞아”
스텐 라우게 코켄보르 레고코리아 대표가 말하는 레고의 역사
“덴마크에서 온 장난감. 레고(LEGO)=‘잘 논다’라는 뜻의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dt)를 줄인 말.”
레고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러나 80년 역사를 가진 장난감 레고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다양한 역사가 숨어 있다. 지난 23일 레고의 고향, 덴마크에서 건너온 스텐 라우게 코켄보르(51·사진) 레고코리아 대표에게 직접 레고의 역사와 레고 이야기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요즘 나오는 레고 브릭(블록)은 1958년도에 나온 브릭과도 호환이 됩니다.” 그는 레고의 시조는 덴마크의 한 목공소에서 나무로 만든 오리 장난감이라고 말했다. “레고 역사는 1932년 덴마크 빌룬의 작은 목공소에서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불황이 몰아치던 당시, 1000여명의 사람들이 살던 아주 작은 마을이었던 빌룬에서 목공소 주인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한 상인의 부탁으로 나무 장난감을 만든 게 계기가 됐죠.”
그러나 나무 장난감의 한계를 느낀 그는, 15년이 지나서야 나무보다 값싸고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장난감 재료로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958년 올레의 아들 고트프레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고안한 ‘클러치 튜브’가 지금의 레고 브릭이 됐습니다. 1000번을 조립했다 빼도 틈이 벌어지지 않죠.” 그는 고트프레드가 1955년 만들어 판 ‘레고, 시스템 이 레그’(위 사진)가 오늘날 ‘레고 시티’ 시리즈의 시초라고 설명했다.
사실 레고에 대해 가장 궁금한 점은 바로 ‘레고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는 “덴마크 본사에서 일하는 제품 디자이너와 제품 개발자는 수백명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순수 제품 디자이너만 세계적으로 200여명입니다. 이들은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관찰하죠. 아이들 눈높이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실제로 최근 나온 레고의 여자 어린이용 시리즈인 ‘레고 프렌즈’를 만들 때, 한국의 엄마와 딸을 포함해 전세계 1000여명의 모녀 그룹의 놀이 문화를 관찰한 뒤 제품을 출시했다고 한다.
레고가 국내에 진출한 건 1984년이다. 레고코리아는 한때 국내에 제조공장을 뒀다가 경영악화로 철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다시 레고가 문화의 아이콘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았다. “레고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3차원으로 재현해 현실로 탄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른, 아이 또는 감독,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꼽는 최고의 레고는 뭘까? “저는 모든 레고의 창작품을 인상 깊게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만드는 레고 창작품은 저도 놀랄 만큼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죠.”
글 김성환 기자
레고 바벨탑 기네스 도전
국내에서 레고를 즐기는 방법은 방 안에 둘러앉아 단순히 블록을 쌓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레고를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우선 5월 서울에서 열리는 ‘레고 월드타워 이벤트’에 주목해볼 만하다.
‘레고 월드타워 이벤트’는 참가자들이 레고 블록을 쌓아 올려 기네스북 세계 최고 기록에 도전하는 행사다. 1988년 영국 런던 근교 밀턴케인스에서 처음 시작해 독일·이스라엘·헝가리·미국·일본 등 지난해까지 모두 33개 나라 45개 도시에서 꾸준히 열리고 있는 이 행사의 올해 개최지는 바로 서울이다. 다음달 9일부터 13일까지 닷새 동안 레고코리아가 서울 잠실동 종합운동장 호돌이광장에서 연다.
현재 레고 탑 쌓기의 공식 최고 기록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만든 높이 31.60m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서울에서 처음 열린 레고 월드타워 이벤트에서 23.141m를 쌓은 뒤, 올해가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다. 행사 기간 동안 참가자 4000명이 50만개가 넘는 레고 블록으로 아파트 15층 높이 이상의 탑을 쌓을 예정이며, 참가자는 보호자를 동반한 5~13살 어린이로 제한할 예정이다.(참가 신청 30일까지, 참가 문의 legoworldtower.co.kr) 그러나 성인 레고 마니아에게는 높이 쌓아 올리는 레고 탑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쏠쏠한 볼거리일 듯하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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